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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전시] 전하은 개인전 “예술이 다 무슨 소용이겠냐만은”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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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일 : 2020-11-06 | 작성자 : 관리자 | 조회 : 3503 | |
전하은 ART-WORK에 관하여 글 : 이신정 서울에서 동해로, 파토스에서 아이러니로 “예술이 다 무슨 소용이겠냐만은” What good is art? but it’s going on as good as life is. 예술에서 예술성을 감산하면 예능이 된다. 예능에 자본이 가산되면 만능이 된다. 세상만사 유능해지려면 엔터테인하라는 시대의 명령에 가뜩이나 무용했던 예술은 점입가경, 대체로 능력과 활력의 멈춤 상태(sisto), 무능한 공백이 되어간다. 덕분에 이 시대의 예술, 예술가는 공백이면서 공백을 가려야 하는 모순된 책무에 시달린다. 그것이면서 그것이 아닌 것처럼, 없는데도 있는 것처럼. 빈 것을 숨기는 베일처럼, 민낯이면서 가면인 것처럼. 하지만 제 아무리 힘겨운 모순도 반복되고 거듭되면 예기치 않은 힘이 된다. 현실이면서 현실이 아니어야 하는 한계와의 마찰 속에 고유한 아이러니가 탄생하기 때문이다. 예술에서 더 이상 나눠질 수 없는 잔여이자 그 자체로 중핵이 되는 한 가지 몫을 들라면 아이러니가 아닐까. 보아야 할 것은 보이지 않는 데 있으므로, 전능해진 예능이 보지 못하는 걸 보는 자가 예술가가 되는 것이므로, 유용함이 전부인 세계로부터 자기를 뜯어내는 궤도이탈, 신분탈각이 아니라면, 관점의 시간차, 시점의 공간차로부터 발생하는 아이러니를 획득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서러움이 보편의 중력에 호소하는 전형적인 파토스라면, 그래서 그 중력으로 침몰하는 신파가 돈이 된다면, 아이러니는 서러움을 충분히 견딘 자가 그 서러움의 말단에 서게 될 때, 그래서 더 이상 서러움에 짓눌리지 않을 만큼 그 하중을 돌파해냈을 때 비로소 허공에서 피기 시작하는 환전 불가능한 꽃이다. 그 꽃은 서러움의 망각이 아니라 서러움의 재구성이다. 중력을 부력으로, 공백을 꽃으로 전환시키는 능력은 현실이라 불리는 경계의 끄트머리에서 궁핍해진 자아를 한 번 더 몰락시킴으로 공허를 끝마치겠다는 능동적인 의지에서 출발한다. 무용한 것을 짝/사랑해서 장차 꽃이 될 허공을 향해 이 나무에 오르다 떨어지고 저 나무에 오르다 떨어지기를 반복하던 전하은은 중첩된 추락 끝에 파토스로서의 서러움의 전제를 바꾸기로 마음먹은 듯 보인다. 이미 있는 나무가 아니라 한 번도 있어 본 적 없는 나무를 제 손으로 창안해 보기로. 괄호를 벗기고 난 공백에 아직 오지 않은 자신을 던져 보기로. 늦게 오는 사람이라고 안 온다는 보장은 없듯 (이성복 <아들에게>), 늦은 꿈이라고 천국을 세우지 못한다는 보장은 없다. 슬픔을 겪을 만치 겪은 어른이 되어 자신만의 고유한 나무를 심는 과정은 이미 도래한 누군가의 결실이기도 하므로. 전하은은 새로운 씨앗을 심기 위해 서울이라는 상상의 본향을 떠나 구체적 타향인 정선으로, 거기서 다시 더 낯선 동해로, 첩첩의 령을 넘으며 그 령들 사이에 스민 누군가의 아리랑을 떠올린다. 고개를 넘지 못해 발이 꺾인 이들이 불렀을 마음의 물집 같은 노래. 첩첩의 선은 단순하고 산중의 색채는 밝거나 푸르러 무려 명랑해 보이기까지 하지만, 그 사이 공간에 겹으로 배인 노래는 검다. 마디마디 흘러내려 아예 검정으로 응고된 돌은 추락하거나 넘어진 자들의 응결된 흉터 같다. 아마 아니 분명, 전하은 자신의 환유일 것이다. 반복된 추락의 힘으로 풍경의 주름 너머 보이지 않던 걸 볼 수 있게 된 남다른 눈의 환유. 그의 그림들 곳곳에 가시처럼 배치된 그 검은 돌은, 그러므로 비극과 희극의 선형적 출몰에서 애당초 혼융으로 가기로 한, 뜻밖의 꽃 같은 아이러니다. 그림 바깥에서 그림 안쪽의 의미를 호출하는 텍스트는 그 꽃으로부터 한 번 더 거리를 두는 두 겹의 아이러니다. 제목 또는 캡션처럼 보이는 문자들은 아무리 잘해 내도 온전해질 수 없는 그림의 의미를 예측할 수 없는 방향으로 산개하도록 풀어놓는다. 이미지와 활자의 협력으로 고정된 곳에서 조금씩 벌어지면서 어긋나는 의미들은 결국 자신도 알 수 없는 다른 땅에 도착할 것이다. 현실에서 밀려난 모든 존재들이 그러하듯. 지금이면서 지금의 너머를 꿈꾸는 전하은의 ‘소용없는 예술’은 지금껏 자신을 규정해 온 온갖 규범들을 넘어선 어떤 가능성과 맞닿아 있다. 그렇게 맞닿아 있다는 점에서 아직 알 수도 없고 확실하지도 않은 그 가능성이야말로 지금까지의 그가 그의 전부라고 생각해 온 세계를 무너뜨리는 외부의 발생일 것이다. 바로 그 가능성을 위해 그는 기꺼이 자신의 정체성과 장소를 모두 떠나온 셈이다. 무용한 것을 사랑해서 추락과 결별을 거듭해 온 그는 이제 더 이상 누구도 탓하지 않는 주체로 거듭나는 중이다. 사랑의 목적지인 불완전한 자아, 곧 온전치 못한 과정으로서의 주체에 다다르고 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불완전함을 동력으로 남 탓할 시간에 발명하고, 탄식할 시간에 자신과 같은 이들을 위해 -마음의 돌덩이 같은 붓을 물고- 노래할 것이기 때문이다. 한 번도 되어보지 않은 자신을 스스로 발명하는 정신은 지지 않는다는 걸 입증할 것이기 때문이다. 이신정 (읽고 쓰는 공동체 [행간] 대표)
전하은 Jeon Ha Eun
1976년 대구 출생 2000년 계명대 동양화과 졸업 2007년 한성대학교 대학원 서양화과 졸업 2020년 온라인 미디어 예술활동지원사업 [강원 아트 체인지업] “드로잉 캠핑 ? 동쪽에서 온 편지” 2020년 강원작품개발 창작지원사업 [ 북평사계 ], 갤러리 밈, 서울 2020년 강원문화재단 “힘내라 강원미술”, 강원국제예술제 웹전시 2020년 강원문화재단 예술가 감자 C , 시각예술분야 2020년 “강원 작가의 방” 한국여성수련원, 시각예술분야, 강릉 2019년 전하은 개인전 [예술이 다 무슨 소용이겠냐만은] 오뉴월 갤러리, 서울 2019년-2020년 강원문화재단 기반조성사업 [촉촉한 예술마을 동해 프로젝트] 기획, 동해 2019년 강원문화예술교육센터 다시놀기 [무코바란 싱싱 패션뮤직쇼] 연출 기획, 동해 2017년 평창 동계올림픽 붐업프로젝트 샛바람 신바람 예술학교, 기획 및 예술감독, 동해 2017년 예술경영지원센터 작가미술장터 [별 바람 그리고 바다] 전시기획 ,동해 2017년-2018년 동해예술인창작스튜디오 입주작가, 동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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